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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화 존중과 이치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야?” “그냥. 너무 오래 떠나온 것 같아서.” “…….” “아직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야?” “나 역시 그러고 싶어.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혹시 저국의 척 국주를 말하는 거야?” 척발언!
엽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 이미 다 잊은 줄 알았건만.” “하하,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나의 동정을 빼앗아 간……. 커흠… 아무 것도 아니야.” “…….” “그나저나, 그렇게 돌아가고 싶어?” 연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향수병이랄까. 집에서 너무 오래 떠나 있었나 봐.” 집?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있어 청주는 그의 고향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엽령이 그곳에 없으니까.
게다가 안란수와 연만리도 자신과 함께 있으니 청주는 그저 가끔씩 그리워하는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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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세이프파워볼 바쁜 일이 끝나면 함께 돌아가 보는 게 어때? 지금 우리 실력으로 돌아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잖아?” “음……. 좋아. 상황을 봐서 그러도록 하자.” “정말? 약속하는 거다?” “약속할게!” 엽현이 환하게 웃는 연만리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나를 따라온 건……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하하, 그냥! 너 따라 다니면서 기연이라도 발견하면 나도 숟가락 좀 얻으려고 그러지.” “하하, 정말이지 엉뚱한 건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변하면 연만리가 아니지. 그나저나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누군가 남겨 둔 유적을 찾아가는 거야.” 유적!
엽현의 이번 목표는 일검무량을 창조했다는 맹인 검수의 유적지를 찾는 것이었다.
자신 보다 앞서 유적을 발견한 선각자가 고맙게도 달랑 일검무량 하나만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파워볼사이트 안에 남겨진 다른 보물들은 줍는 자가 임자인 셈!
“연천, 그 검수의 동굴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지금 속도로 진행한다면 반나절이면 도착하겠구나.] “이 속도로도 반나절이나 걸린단 말이야?” 못마땅해진 엽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느린 게 아니라 그곳이 상당히 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험하다.] “위험? 어떻게 얼마나 위험한데?” [직접 가 보면 알게 될 게다.] “흠… 그래, 그렇겠지. 참, 직접 붙어보니 만유서원의 실력이 생각보다 강하진 않은 것 같더군?” 그 말에 연천이 피식 웃고 말았다.
[멍청한 놈.] “…….” [경고하는데, 다시는 만유서원을 무시하는 생각은 하지 말도록 하거라.] “어째서지?” [주인이 실종되고 난 후, 만유서원의 최강자는 진천이 아니라 여부자가 되었다. 만약 그녀가 널 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천녀 외에는 막을 자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부문종 전체가 다 달려든다 해도 널 지키진 못할 것이다.] “…그 여부자라는 사람이 그렇게나 강하단 말이지?” [네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 나의 실력으로는 그녀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물며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겠느냐?] “…….” [게다가 그녀 외에도 육대교존(六大教尊)이 존재한다. 만유서원에서 여부자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 자들이지. 내가 오유계를 떠나기 전, 그들의 경지는 이미 천기경 절정이었다. 만약 살아만 있다면 지금쯤 인과경(因果境)을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아직 만유서원에 남아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연천이 크게 숨을 들이켠 후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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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만유서원 안에는 ‘참인(斬人)’이라는 진법이 깔려 있다. 주인은 이 진법을 설치하면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 한 누구도 파훼할 수 없다’라고까지 하셨지. 비록 만유서원이 다소 몰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누구 하나 만유서옥을 넘보지 못하는 것은 이 참인진 때문이다.] “그럼 천녀는?” 쾅-!
엽현이 질문을 던진 순간, 파워볼게임사이트 그의 옆구리 쪽에 강력한 타격이 가해졌다. 멀쩡하던 엽현이 갑자기 고통스런 얼굴로 옆구리를 부여잡자 곁에 있던 연만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연천! 갑자기, 쿨럭, 왜 때리는 거야!” [그야 자꾸 헛소리를 해대니까. 정신 못 차렸으면 한 대 더 맞을까?] “…….” [괜한 데 시간을 뺏겼군. 아무튼 만유학원은 네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여부자와 여섯 강자들 외에도 만유학부에는 다수의 비장의 무기가 존재한다. 게다가 주인이 사라진 후 떠났던 수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은 만유서원에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여부자를 포함해서!] “무엇 때문에?” [왜냐하면 만유서원은… 그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선각자가 세운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니 만유서원은 잠시 몰락할 순 있어도 멸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나 역시 만유서원이 네 손에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 진천과 그의 수하 몇만 제거하면…….] “하지만 날 죽이려 하는 자들을 살려 두어야 할까? 언젠가 내게 복수를 하러 올지도 모르는데?”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연천이 말했다.
[계옥탑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주인의 전승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서원은 네가 파괴해야 할 것이 아닌, 지켜야 할 대상이지 않겠느냐? 물론 네게 강요할 자격은 없다만.] “후… 복잡한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군.” [좋은 생각이다.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또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대화를 마친 엽현은 어검의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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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 이 시각 만유학부. 파워볼실시간 서원 안의 진천은 벌써 두 시간째 자리를 지킨 채 미동도 없었다.
이때 한 노인이 서원 실시간파워볼 안으로 들어왔다.
“부주!” “무슨 일인가?” “‘그’가 엽현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다만 이번 일은 부주가 아닌 서원의 미래를 위함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 “어찌 되었건 그가 나선 이상 이번에는 확실히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천이 고개를 돌려 노을이 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만…….” * * * 얼마 후, 엽현과 연만리의 앞에 커다란 숲 하나가 나타났다. 그들은 더 이상 비행을 하지 않고 숲 안쪽에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첩첩산중.
이것이 엽현의 첫 번째 느낌이었다.
하늘과 태양을 가로막은 크고 높은 나무들, 바람 한 점 없는 지면에 빽빽하게 들어선 잡초들,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숲 전체를 고요하고 음산하게 만들었다.
“이건 거의 밀림이나 다름없군.” “조심해.”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 역시 좋은 예감이 들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천이 알려준 방향을 따라 천천히 전진했다.
“연천, 얼마나 남았어?” [한 시진 정도.] 그 말에 엽현이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면 어검을 타고 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 [존중]
존중?
[주인께서도 이 땅에 오셨을 때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도보로 이동하셨다.] “음… 당시 이 세계에서 선각자는 무적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 비록 주인은 강했지만 언제나 상대를 존중했다. 그것이 비록 자신보다 약자라 할지라도 말이지. 진정한 강자는 단순히 실력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 이것이 당시 주인의 지론이었다.] “흠……. 그럼 뭘로 측정해야 하는데?” [이치!] 이치?
엽현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굳이?” [비록 힘이 있더라도 약자와 마주 앉아 이치를 논할 수 있는 자, 이것이 진정한 강자라 할 수 있다.] 그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생 살아오면서 이치로 옳고 그름을 정한 적은 없었다. 오직 주먹의 세기가 선과 악, 옳고 그름을 정할 뿐.
이때 엽현의 생각을 읽은 연천이 말했다.
[주인은 이 세상을 병이 든 상태로 보았다. 모두가 힘이 전부라 믿고, 힘만 있으면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물론 주인은 한 번도 이것이 틀렸다고 한 적은 없다. 오히려 이 세상의 규칙을 인정하는 편이었다. 약한 자가 짓밟히고, 그자가 강해져서 또 자신보다 약한 자를 짓밟는…] “…….” [주인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셨다. 힘만을 숭상하지 않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다음은?” [그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창조했다.] “그래서, 성공했어?” 엽현은 점점 연천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건 모른다. 다만 주인이 돌아와서 말하길 어떤 세상이든 절대적으로 공평할 순 없다고 했던 것밖에. 그는 자신이 만든 세상의 영기를 봉인했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곳엔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자가 나타나지 않았을뿐더러, 수명도 백 년을 넘지 않았지. 그러나 그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었고, 결국 그들은 스스로를 전쟁상태에 몰아넣었다고 한다.] “…….” [너는 너보다 약한 자와 평등하게 이치를 따질 수 있느냐?] 평등.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건 잘 모르겠어. 그저 누가 날 존중하면 나도 그를 존중하고, 누가 나를 무시하면 반드시 죽일 뿐이지.” [그 정도만 해도 나쁘진 않다.] “연천, 내 생각에 네 주인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던 것 같군?” [하하, 싶어 했던 게 아니라 이미 그렇게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만유서원이었지.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사라진 후, 만유서원 역시 천천히 변질되더군.]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연만리가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엽현이 연만리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대한 고목 하나가 그들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연천, 어떻게 하지?” [베어버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한 줄기 검광이 고목을 향해 날아갔다.
쿵-!
고목이 쓰러지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은 우거진 수풀. 아니, 자세히 보니 우거진 잡초 사이로 돌로 된 문 하나가 서 있었다.
“저긴가?” [맞아.] 엽현은 앞서와 같이 곧장 검을 빼 들고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뭔가 떠올린 그는 먼저 돌문을 향해 머리를 숙여 예를 차렸다.
쉭-! 엽현의 일검에 수풀이 잘려나가고, 그 뒤에 있던 돌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돌문 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문들이 새겨져 있었다.
엽현이 다시 검을 들어 후려치려는 순간, 연천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죽고 싶어 환장한 게냐!] “연천, 왜 그래?” [이는 당시 주인이 설치해 놓은 봉인이다. 만약 힘으로 파괴하려 한다면 그 힘은 다시 고스란히 네게 전달되어 해를 입고 만다.] “그럼 어떡하지?” 이때 연천이 엽현과 연만리 앞에 돌연 현신했다. 엽현을 한 번 쳐다본 연천은 돌문을 향해 손을 뻗고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봉인된 문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가자!” 연천이 먼저 한 줄기 백광이 되어 돌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엽현과 연만리가 재빨리 그녀의 뒤를 이었다. 돌문 안쪽은 마치 동굴처럼 어두컴컴해 다소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에 엽현이 월광석을 꺼내 들고 불을 밝히려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한 줄기 검광이 날아들었다.
퍽-!
검광에 가격당한 월광석이 가루로 변하자, 엽현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뭐였지?” [검령이다. 그 맹인 검수의 검에 깃든 검령이 아직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이지. 당시 주인은 그녀에게 함께 갈 것을 제안했지만, 결국 거절하고 이 곳에 남게 되었다.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그 말에 엽현이 주변을 살피며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이때, 또 다른 검광 하나가 공간을 가르며 날아왔다.
이에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검을 들어 올리는 엽현.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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